"자동차 업계 M&A 활성화 전망…선제적인 정책 대비 필요"

입력 2021-01-04 07:35   수정 2021-01-04 07: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세계 자동차 업계 인수·합병(M&A)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4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의 자료를 분석,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산업 M&A 규모가 전년 동기 270억 달러 대비 56% 감소한 120억 달러 규모에 그쳤다고 밝혔다.

M&A가 줄어든 이유는 기업들의 유동성이 악화되고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이 단기 생존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규모 지출이 동반되는 M&A에 유보적 입장을 취했고, 그동안 주목받던 산업 영역의 성장 가능성이 작아지는 등 분야별 재평가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다만 업계 M&A가 이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차 트렌드로 꼽히는 연결성(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 등의 기술이 지속 발전하고 있으며, 장기투자와 기술융합, 내재화를 염두에 둔 인수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등에서 단기 수익을 기대한 기업들이 힘을 잃은 대신 재정·기술적으로 장기 투자 여력을 가진 기업이 M&A를 시도하며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죽스를 인수하고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빗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가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도 기술간 융합 가능성을 엿본 기업이 이종(異種) 산업에 투자한 경우에 해당한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독일 배터리 조립업체인 ATW 오토메이션을 인수해 장기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기술을 내재화한 바 있다.

전현주 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거대 기업들의 M&A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기업 간 경쟁 구도 변화에 따라 연쇄적인 M&A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M&A 활성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M&A 건수가 적고 특히 기술 획득을 위한 M&A도 활성화되지 않아 산업을 선도하는 창의적 기술 개발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기회가 부족한 것으로 봤다.

삼정KPMG에 따르면 2009∼2017년 주요국의 기술 M&A 건수는 미국 1만8025건, 영국 2888건, 일본 2748건, 중국 2173건 등이었지만, 한국은 1168건에 불과했다.

전 연구원은 "M&A가 자동차 업계 체질 개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교우위를 가진 정보기술(IT)·통신 우수기업과의 기술 융합을 위한 이종 산업 M&A,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기업 간의 대형화 M&A, 해외 스타트업 등을 인수하는 글로벌 M&A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M&A를 고려중인 기업을 적기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인센티브, 조건부 감세 등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M&A를 장려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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